가을 낭만 한 스푼, 공주 단풍 여행

작성자 | 전체관리자
작성일 | 2017-10-25 15:15:10
조회수 | 5439 [kakaostory2]

가을 낭만 한 스푼, 공주 단풍 여행

 가을 낭만 한 스푼, 공주 단풍 여행

무더위가 가고 가을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울긋불긋 단풍이 조심스레 그 얼굴을 내밀며 다가오고 있다.
연일 인터넷 검색 순위에 ‘단풍 시기’와 ‘단풍 명소’가 오르내리는 요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보다 조용한 단풍 여행을 즐기고 싶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흐드러진 단풍나무 아래를 거닐고 싶다.

이처럼 오롯이 단풍과 나만의 시간을 바란다면 바로 여기,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

발갛게 물든 애기단풍이 아름다운 충현서원,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낭만적인 공주교도소 앞 금흥동 은행나무길,
눈앞으로 황금빛 단풍길이 펼쳐지는 의당면 메타세콰이아길.

당신의 추억에 공주의 단풍이 가을 낭만 한 스푼을 선물한다.

 

서서히 붉은 빛을 머금어 가는 충현서원의 단풍잎

서서히 붉은 빛을 머금어 가는 충현서원의 단풍잎

확대보기
울창한 은행나무로 가득한 공주교도소 가는 길은 아름답다.

울창한 은행나무로 가득한 공주교도소 가는 길은 아름답다.

확대보기
빼곡히 늘어선 메타세콰이아길이 낭만적인 의당 메타세콰이아길

빼곡히 늘어선 메타세콰이아길이 낭만적인 의당 메타세콰이아길

확대보기

마치 단풍국에 온 것만 같은, 충현서원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의 작은 시골 마을,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홍살문 뒤로 아담한 서원이 보인다. 아기자기한 그림이 담긴 낮은 담벼락의 벽화와 작은 이발소가 있는 곳. 그 앞으로 보이는 이곳은 충현서원이다. 서원에서 무슨 단풍 구경이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충현서원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나만 알고 싶은 출사 장소이다. 늦가을이면 발간 단풍이 흐드러지고, 서원 지붕과 낮은 담장 위로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작은 문을 지나쳐 들어서면 서원을 둘러싼 울긋불긋한 단풍이 마치 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한 것만 같은, 마치 단풍 무사들이 서원을 지키고 있는 것만 같은, 충현서원은 그런 곳이다.

충현서원 앞에는 홍살문이 단정히 서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충현서원 앞에는 홍살문이 단정히 서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확대보기
충현서원의 강당 앞 공터에 주차할 수 있다.

충현서원의 강당 앞 공터에 주차할 수 있다.

확대보기

여타 위엄을 내뿜는 역사적인 장소와 달리 마을의 일부인 양 자연스러운 충현서원. 높이 솟은 홍살문이 충현서원의 위치를 새삼 알리고 있다. 단풍의 그것과 흡사 닮은 붉은 나무문 옆으로 강당과 관리소가 있다. 홍살문 앞에는 작은 ‘하마비(下馬碑)’가 세워져 있다. ‘하마비’는 조선 시대 종묘나 궐문 앞에 세워놓은 비석으로 누구든 이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글이 새겨져있다. 짐작건대 존경의 마음을 갖고 들라는 것인 듯.

서원 앞에 우뚝 서 있는 비석 2개

서원 앞에 우뚝 서 있는 비석 2개

확대보기
‘충현서원 사실 및 우암 송선생 추향기’와 ‘충현서원 사적비’

‘충현서원 사실 및 우암 송선생 추향기’와 ‘충현서원 사적비’

확대보기

하늘 아래 봉긋 솟은 산을 뒤로 하고 있는 충현서원. 그 앞으로 비석 두 개가 늠름히 앞을 지켜서고 있다. 산, 서원, 비석이 이루는 그 모습이 매우 균형 있어 보여 매력적이다. 좌측으로 충현서원 사실 및 우암 송선생 추향기와 충현서원 사적비 해석이 소개되어있다.

마을 문화교류의 장이 된 강당

마을 문화교류의 장이 된 강당

확대보기
박약당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박약당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확대보기

충현서원의 홍살문을 지나면 좌측에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충현서원의 강당인 ‘박약당’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문화교류의 장으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는데, 11월에도 두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지역 인물의 인생 이야기와 음악이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一人一色 수요사랑방’, 멘토와 함께 자신의 꿈을 설계하고 판소리를 체험하는 ‘서원에서 발견하는 나의 꿈’이 그것이다. 이처럼 충현서원은 단순히 역사적인 장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며 여전히 우리 곁에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충현서원의 입구, 방문 당시 바닥 보수 작업 중이었다.

충현서원의 입구, 방문 당시 바닥 보수 작업 중이었다.

확대보기
태극무늬 문을 열고 들어선 충현서원

태극무늬 문을 열고 들어선 충현서원

확대보기
문 안으로 충현서원이 보인다.

문 안으로 충현서원이 보인다.

확대보기

태극무늬가 그려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충현서원이 눈에 들어온다. 충현서원은 충청남도에 세워진 최초의 서원으로, 현재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60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1581년, 충현서원이 처음 세워진 당시 서기(徐起)가 중국에서 가져온 주자의 영정을 모셨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불에 타 소실되었다가, 1610년에 다시 복원되었고, 15년 뒤 ‘충현’이란 이름으로 사액 되었다.

내부에는 충현서원 현판을 건 서원 건물 한 채만이 서 있다.

내부에는 충현서원 현판을 건 서원 건물 한 채만이 서 있다.

확대보기
멋 부림 없이 단아한 충현서원

멋 부림 없이 단아한 충현서원

확대보기

처음에는 주자의 영정만을 봉안하였다가, 후에 성제원, 이목, 이존오, 송준길, 송시열, 김장생 등 그들의 덕과 학문을 추모하고자 추가로 위패를 모시게 되었다. 이렇게 덕과 학문이 높은 많은 분의 위패를 모신 곳이지만, 겉으로 보기에 충현서원은 소박하고 단정하기만 하다. 아마 충현서원의 겉모습에도 봉안된 분들의 인품이 묻어나는 듯하다.

충현서원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단풍나무

충현서원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단풍나무

확대보기
곧 울긋불긋 단풍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다.

곧 울긋불긋 단풍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다.

확대보기

충현서원에 들어서면 건물 뒤로 여러 그루의 풍성한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모두 단풍나무로 가을이면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곤 한다. 그래서 충현서원 자체로도 중요한 역사적 장소이지만, 아름다운 단풍을 위해 찾는 사람 역시 많다고 한다. 특히 충현서원이 자랑하는 단풍이 독특한 것은 흔히 ‘애기단풍’이라 불리는 단풍나무 때문이다. 애기단풍은 아기의 손처럼 작고 앙증맞은 단풍잎을 일컫는데, 물들어 바닥에 떨어져도 빳빳하게 어여쁜 모양을 잃지 않아 매력적이다. 나무들을 둘러보니 벌써 곳곳이 울긋불긋해져 단풍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었다.

서원의 붉은 기둥과 붉은 단풍이 어우러질 모습이 상상된다.

서원의 붉은 기둥과 붉은 단풍이 어우러질 모습이 상상된다.

확대보기
풍성히 가지를 뻗은 단풍나무와 서원의 단청

풍성히 가지를 뻗은 단풍나무와 서원의 단청

확대보기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에 실상 충현서원에 자리 잡은 단풍나무의 수는 많지 않다. 열 그루 남짓한 단풍나무이지만, 유독 그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풍성하게 뻗어내는 나뭇가지 때문일 것이다. 나지막한 담장을 훌쩍 넘으며 뻗은 나뭇가지를 보니 완연한 단풍이 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된다. 또한, 충현서원 단청 처마와 기둥의 붉은 색과 어우러질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듬직한 나무들이 둘러싼 충현서원을 보고 있자니, 절로 든든하다.

시간을 따라 서서히 물들어가는 단풍

시간을 따라 서서히 물들어가는 단풍

확대보기
충현서원의 단풍은 분주하다.

충현서원의 단풍은 분주하다.

확대보기
성질 급한 단풍이 곳곳에 보인다.

성질 급한 단풍이 곳곳에 보인다.

확대보기

미리 충현서원을 찾았을 때는 단풍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그래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몇몇 성질이 급한 단풍이 벌써 발갛게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나뭇잎의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붉은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한 단풍잎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지만, 워낙 키가 커 높이 솟아있는 탓에 그저 멀찍이서만 그들의 분주함을 바라봐야 했다.

주워든 단풍잎을 들어 햇볕에 비춰본다.

주워든 단풍잎을 들어 햇볕에 비춰본다.

확대보기
붉은 단풍으로 가득한 날, 이곳은 멋진 포토존이 된다.

붉은 단풍으로 가득한 날, 이곳은 멋진 포토존이 된다.

확대보기

일곱 갈래로 나뉜 단풍잎 하나를 주워들었다. 아마 성질이 급한 단풍잎 중 하나였을 테다. 간혹 불어오는 세찬 가을바람에 흔들리다 나무를 떠난 여행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 완연한 단풍 역시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답지만, 완연함으로 향하는 길목 중간쯤에서 만난 단풍도 그 나름의 멋을 자랑하고 있다. 신비롭게도 나뭇잎 한 장에 온전히 붉게 물들기 전까지의 그 모든 과정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단풍잎을 들어 빼곡히 하늘을 메운 단풍나무가지 사이로 비쳐드는 햇볕에 비춰보았다. 붉게 물든 부분이 더욱 선명해졌다. 물끄러미 단풍잎을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아마 충현서원을 단풍으로 모두 붉게 물들일 때에는 더 많은 포토존이 생기겠지만.

붉은 단풍으로 가득한 충현서원이 기대된다.

붉은 단풍으로 가득한 충현서원이 기대된다.

확대보기

충현서원에 들어선 순간, 낮은 담장과 단풍나무들이 포근히 감싸 안는 것 같은 기분에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충현서원과 붉은 단풍이 만들어낼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이 상상되어 머릿속에 펼쳐졌다. 곧 충현서원 마당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가득 차면 더 멋진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붉은 기둥의 충현서원과 붉은 단풍, 그때 다시 찾으리라 다짐하며 부푼 기대를 안고 돌아선다.

충현서원 앞으로 아기자기한 벽화가 있다.

충현서원 앞으로 아기자기한 벽화가 있다.

확대보기
알록달록한 그림 뒤로 먹음직스럽게 익은 감나무

알록달록한 그림 뒤로 먹음직스럽게 익은 감나무

확대보기
귀여운 시골 멍멍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귀여운 시골 멍멍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확대보기
 
충현서원 이용 안내
  •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공암장터길 28-6
  • 전화 : 041-840-8224
  • 입장료 : 무료
  • 주차 : 충현서원 입구 공터에 무료 주차 가능

노랗게 물든 은행 터널 속으로, 금흥동 은행나무길

금흥동의 한쪽에 지방법원과 지방검찰청, 그리고 공주교도소 사이로 노란 은행나무길이 있다. 왕복 2차선의 좁은 차도를 사이에 두고 양옆에는 은행나무가 빼곡히 서 있다. 관광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을 단풍 나들이를 위해 한 번쯤 들르는 곳이다. 시끌시끌한 장사꾼들도 없고, 수많은 사람으로 인해 붐비지도 않는다. 차가 다니는 길이므로 앞뒤 좌우 살펴 가며 조심해야 하지만, 통행량이 많지 않아 크게 불편하지 않다. 노란 은행나무가 만들어내는 황금빛 터널 아래로 온전히 단풍을 즐겨본다.

아직은 연둣빛 은행나무로 가득한 금흥동 은행나무길

아직은 연둣빛 은행나무로 가득한 금흥동 은행나무길

확대보기
하늘을 가득 메울 만큼 풍성한 은행나무

하늘을 가득 메울 만큼 풍성한 은행나무

확대보기
 

금흥동 은행나무길은 차도이다. 그러니 주변에 주차 후 조심히 즐기는 것이 좋다.

푸른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은행잎이 풍성하다.

푸른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은행잎이 풍성하다.

확대보기
푸른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은행잎이 풍성하다.

푸른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은행잎이 풍성하다.

확대보기
푸른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은행잎이 풍성하다.

푸른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은행잎이 풍성하다.

확대보기

선선한 바람이 불던 날, 금흥동 은행나무길을 찾았다. 푸른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연둣빛 은행나무. 아직은 시기가 일러 샛노란 은행 나뭇잎은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싱그러운 느낌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풍성한 나뭇가지들은 하늘을 다 가릴 것 같이 쭉쭉 뻗어 있었다. 다소 자그마한 단풍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이 들었다 가려지길 반복했다.

공주교도소를 향해 길게 늘어선 은행나무

공주교도소를 향해 길게 늘어선 은행나무

확대보기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은행나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은행나무

확대보기

사실 이 길은 공주교도소로 향하는 길이다. 풍성한 은행나무와 살짝 오른쪽으로 길이 굽은 탓에 공주교도소 입구가 잘 보이지 않아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긴 하다. 다만 이 은행나무길은 ‘금흥동 은행나무길’이란 이름보다 ‘공주교도소 가는 길’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는 것. 교도소가 갖는 이미지에 비해 그곳으로 향하는 이 길은 빼곡하게 들어서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은행나무로 너무나도 아름답다. 여름에는 푸른빛을 띠어 싱그럽고, 가을에는 노란빛으로 설레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주교도소 가는 길은 사계절 언제나 아름답다.

통행량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통행량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확대보기
나뭇가지에 옹기종기 모여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나뭇가지에 옹기종기 모여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확대보기
 

통행량은 많지 않으나, 쭉 뻗은 길의 특성상 의외로 속도를 내는 차들이 많다. 그러므로 차도 위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금흥동 은행나무길은 벌써 노란 새 옷으로 갈아입는 단풍잎들로 분주하다. 나뭇가지에 저마다 옹기종기 보여 샛노란 단풍잎이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단풍잎의 크기가 작아서인지 한곳에 빼곡하게 모여 앉은 모습이 자못 귀엽다.

은행나무길은 좌우로 논밭과 아파트단지로 이어지는 길, 앞뒤로 공주교도소 방향의 길 가운데 있다. 그래서 차도임에도 사실 통행량이 많지 않다. 간간히 공주교도소를 오가는 차나 동네 주민, 은행나무길을 찾아온 여행객들이 이 길을 지난다. 그래서 호젓하게 단풍을 즐기며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단풍에 시선을 빼앗겨 차도 위를 걸으면 위험하니 차도 가장자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한적길’이란 이름처럼 은행나무길은 고요하다.

‘한적길’이란 이름처럼 은행나무길은 고요하다.

확대보기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마음에 드는 은행잎을 골랐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마음에 드는 은행잎을 골랐다.

확대보기
잊고 싶지 않은 이 모습,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잊고 싶지 않은 이 모습,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확대보기

분위기에 이끌려, 싱그러운 연둣빛에 이끌려 걷다가 문뜩 길 안내판(주소지 안내)이 눈에 들어와 웃음을 터뜨렸다. 호젓한 산책에 딱 좋은 곳이구나, 느낄 때쯤 눈에 들어온 주소지 안내에 적힌 ‘한적길’,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사실 은행나무길은 ‘장기로’에 속하고, 그 옆 공원과 아파트로 이어지는 길이 ‘한적길’ 이지만) 한적하고 고요해 단풍 아래 산책하기 딱 좋은 ‘한적길’을 걷는다.

샛노란 은행잎을 찾기엔 힘들지만,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끝에 그나마 노랗게 물든 단풍잎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열심히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은행잎을 찍기도 하고, 은행나무길에 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앞으로 더 노랗게 물이 든다면 더 멋진 사진과 추억을 담을 수 있으리라.

은행나무, 하늘, 가을바람, 모든 것이 낭만적이다.

은행나무, 하늘, 가을바람, 모든 것이 낭만적이다.

확대보기
길지 않은 은행나무길을 오가고, 또 오간다.

길지 않은 은행나무길을 오가고, 또 오간다.

확대보기

노란 은행나무 아래,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동행한 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은행나무들을 배경 삼아 사진도 남긴다. 이렇게 걷다 보니 은행나무길이 짧게만 느껴진다. 자꾸만 끝에 닿는 것이 아쉬워 “조금 더 걸을까?” 하며 걸어온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은행나무길을 오갔다. 지금 이 고요하고 행복한 시간이 계속되길 바라며. 이 모든 것이 낭만적이다.

단풍잎을 코팅해 책갈피로 만들던 추억이 떠오른다.

단풍잎을 코팅해 책갈피로 만들던 추억이 떠오른다.

확대보기
 
금흥동 은행나무길 이용 안내
  •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금흥동 319-3 (또는 공주교도소)

빼곡한 황금빛으로 아늑한, 의당면 메타세콰이아길

공주 시내에서도, 금흥동 은행나무길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쭉 뻗은 메타세콰이아로 가득한 곳이 있다. 정안천변에 있는 이곳은 의당면 메타세콰이아길. 공주시복지시설사업소에 닿기 전 꽤 넓은 주차장과 함께 그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잠시 후 더 발갛게 물이 들면, 흔히 보던 단풍잎이 아닌, 뾰족뾰족 바늘같이 생긴 단풍을 볼 수 있다. 또한, 주차장과 화장실, 원두막 쉼터가 마련되어있어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기에도 좋다. 다소 좁은 길이지만, 꽤 긴 거리가 살짝 굽어있어 더 멋스러운 곳. 조용히 가을 속을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아로 가득한 의당면 메타세콰이아길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아로 가득한 의당면 메타세콰이아길

확대보기
입구 좌측에 마련된 무료 주차장

입구 좌측에 마련된 무료 주차장

확대보기
 

의당면 메타세콰이아길을 들어서기 전, 입구 좌측에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있다. 메타세콰이아길 아래로 공중 화장실도 있으니 참고해둘 것.

메타세콰이아길에 들어서자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이어진다.

메타세콰이아길에 들어서자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이어진다.

확대보기
시골길에서 보던 강아지풀을 만났다.

시골길에서 보던 강아지풀을 만났다.

확대보기
무성한 나뭇가지보다 먼저 물든 곁가지

무성한 나뭇가지보다 먼저 물든 곁가지

확대보기

입구에 들어서자 그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지는 메타세콰이아길. 이 길은 공주시복지시설사업소까지 이어진다. 양쪽 가득 나무들이 나를 감싸고, 그 아래엔 시골길에서 보던 강아지풀이 군데군데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햇빛이 비쳐드는 왼쪽 나무에는 곳곳에 자라난 곁가지가 먼저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무성한 나뭇가지들보다 먼저 물들어 지나는 이들에게 뽐내고 싶었나 보다.

이 길을 따라가면 공주복지시설사업소로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가면 공주복지시설사업소로 이어진다.

확대보기
메타세콰이아길 옆에는 넓은 생태공원이 조성되어있다.

메타세콰이아길 옆에는 넓은 생태공원이 조성되어있다.

확대보기

의당면 메타세콰이아길은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와 정안천변의 생태공원 사이에 뻗어있다. 그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복지시설사업소와 론볼 경기장을 볼 수 있다. 메타세콰이아길 옆으로 보이는 생태공원은 공주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산책코스 중 하나인 정안천의 일부에 속한다. 공주보건소부터 공주시복지시설사업소까지 약 3km에 걸쳐 조성되어있는데, 연꽃을 심어두어 여름에도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메타세콰이아 사이에서 가을이 무르익을 적에 단풍을 즐겨도 좋고, 생태공원을 거닐며 자연체험에 나서도 좋은 일거양득의 공간이다.

의당면 메타세콰이아길로 산책 나온 단란한 가족

의당면 메타세콰이아길로 산책 나온 단란한 가족

확대보기

메타세콰이어길을 따라 어디론가 이끌리듯 걸어가던 그때, 산책에 나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있고, 엄마와 아빠는 연신 아이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멀리서도 까르르-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아빠엄마의 흐뭇한 미소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길 위에서 아이는 자연을 벗 삼아 맑은 공기를 마시며 뛰어놀 수 있고, 어른은 멋진 풍경 아래 느긋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곧 메타세콰이아들이 황금빛을 넘어 붉은 갈색을 띠는 단풍의 절정이 오면, 더 멋진 풍경이 이 가족들을 반기겠지.

메타세콰이아 아래로 꽃이 곳곳에 피어있다.

메타세콰이아 아래로 꽃이 곳곳에 피어있다.

확대보기
푸른 나무와 풀 사이로 핀 노란 꽃이 눈에 띄었다.

푸른 나무와 풀 사이로 핀 노란 꽃이 눈에 띄었다.

확대보기
푸른 나무와 풀 사이로 핀 노란 꽃이 눈에 띄었다.

푸른 나무와 풀 사이로 핀 노란 꽃이 눈에 띄었다.

확대보기

멋진 메타세콰이아에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둘러보다가, 문뜩 아래로 시선이 옮겨졌다. 자세히 보니 꽃들이 살고 있었다. 하늘거리는 꽃이 무성한 풀숲 사이사이에 살짝 고개를 내민다. 커다란 나무에 신경 쓰느라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던 꽃들이 한 번 그 존재를 인식하고 나니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낯이 익지만 한편으론 낯선 이 꽃들 역시 메타세콰이아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곧 황금빛 물결로 가득할 메타세콰이아길

곧 황금빛 물결로 가득할 메타세콰이아길

확대보기
론볼 경기장 뒤에 마련된 어린이 놀이터

론볼 경기장 뒤에 마련된 어린이 놀이터

확대보기
생태공원에 마련된 흔들의자

생태공원에 마련된 흔들의자

확대보기

길의 끝에 닿으면 오른쪽으로 작은 어린이 놀이터가 보인다. 론볼 경기장 뒤편에 마련된 놀이터이며, 그 맞은편으로 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 정자도 마련되어있다. 길의 왼쪽에는 생태공원을 바라보며 흔들의자가 마련되어있다. 어느 곳을 택하든, 메타세콰이아길을 끝까지 걸어온 이를 위한 쉼터를 내어주고 있으니, 잠시 앉았다 가면 좋을 듯하다.

천천히 걸었음에도 어느새 끝에 닿아버린 메타세콰이아길이 아쉽기만 하다. 뾰족한 메타세콰이아의 잎이 지금의 초록빛을 지나, 황금빛을 띠고, 짙은 갈색에 닿을 때면 이 길도 황금 바늘 같은 잎들이 떨어져 바닥을 덮을 테다. 수북하게 쌓인 그 위를 걷는 건 어떤 느낌일까. 마치 마법의 황금 양탄자를 탄 느낌일까. 아니면 금빛 세상 속을 거니는 느낌일까. 내심 그때 다시 찾겠노라, 내 마음속에 가을의 낭만을 한 스푼, 아니 열 스푼 담아가겠노라 다짐한다.

메타세콰이아길로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온 듯하다.

메타세콰이아길로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온 듯하다.

확대보기
 
의당면 메타세콰이아길 이용 안내
  •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 907-4 (또는 공주시복지시설사업소)
  • 주차 : 메타세콰이아길 입구 좌측에 무료 주차장 이용 가능

전체댓글수 0

0/300
보내기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