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밥을 아시나요
봄바람이 분지도 한참 되었다. 이른 봄부터 시작된 나물의 향연이다. 쑥은 뜯고, 도라지는 캐고, 뽕잎은 따고, 다래순은 훑고, 고사리는 꺾는다. 우리 민족이 예부터 즐겨먹는 나물 종류가 많다더니 나물을 채취하는 표현도 그 나물만큼이나 맛깔지고 풍성하다.
지금은 봄도 막바지에 이르러 고사리가 산에 한창이다. 고사리 하면 생각나는 재미있는 경험이 있다. 내가 갓 시집을 왔을 때다. 이맘 때 쯤이라 고사리가 돋을 때였다 산에 다녀오신 아버님이 고사리를 한 웅큼 꺾어 오셨다. 잠시 후 일 있으신 시부모님께서 나가시며 집에 남아있는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얘, 한 식경 이따 옥상에 고사리밥 좀 비벼 놔라."
어머님이 고사리로 밥을 지어 놓으셨나? 그런데 왜 비벼 놓으시라는 거지? 잠시 후 올라가본 옥상에는 밥은 찾을 수 없었다. 삶아 널어놓은 고사리뿐이었다. 한참을 찾다, 나라도 고사리로 밥을 해 놔야 할 것 같아 모르면 항상 찾아보던 인터넷에서 "고사리 밥"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그 고사리밥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고사리밥이란 "새로 돋은 고사리에서 주먹 모양으로 돌돌 말려 뭉쳐져 있는 잎"이란다. 고사리를 말릴 때는 딱딱해지지 않도록 손으로 비벼 줘야 한단다. 비빔밥 속에 든 고사리만 먹어봤지 고사리가 말려져 사리지어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나였다. 지금은 시골에 살면서 원추리나물로 된장국도 끓일 줄 알고 개두릅순으로 장아찌도 담글 줄 안다. 많이 발전한 셈이다.
요즘 시골에는 외국에서 온 며느리들이 많다. 나처럼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살던 사람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는데 그들이야 어련하랴? 땅 설고 물 설은 타지에서 모르는게 당연하다. 잘 모르는 그들을 "그것도 모르냐" 타박하기 전에 하나하나 가르쳐 주는 아량이 우리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