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를 빚고, 행복을 빚다 철화분청사기의 산지, 계룡산도예촌

작성자 | 전체관리자
작성일 | 2018-12-19 15:23:40
조회수 | 3646 [kakaostory2]

도자기를 빚고, 행복을 빚다철화분청사기의 산지, 계룡산도예촌

 철화분청사기의 산지계룡산도예촌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가
아리타 도기의 시초를 탄생시킨 이삼평 장인의 고향 공주
공주시 반포면에 가면 고개 위로 계룡산이 보이는
작은 마을, 계룡산도자예술촌을 만날 수 있다.
고려 말부터 조선 중기까지 번성하던 철화분청사기의 산지이며,
1927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발견된 유일한 도자기 유적이다.
15세기 무렵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화분청사기 산실로 인정되어
사적 제333호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1990년대 초 도예가들이 터를 잡아
현재까지 옛 철화분청사기 산지의 명망을 이어가고 있다.

계룡산도자예술촌의 중심, 벽화를 뽐내는 거대한 옹벽

계룡산도자예술촌의 중심, 벽화를 뽐내는 거대한 옹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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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도예 모자이크 타일

감각적인 도예 모자이크 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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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를 활용한 마을 벽화가 눈길을 끈다.

도자를 활용한 마을 벽화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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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계룡산도자예술촌(이하 ‘계룡산도예촌’)에는 청명한 공기가 가득했다. 대자연이 둘러싼 아담하고 아늑한 마을이지만, 잘 정돈되어 세련미가 엿보이는 마을. 도예의 혼을 보전하고 있는 계룡산도예촌에는 옛 정취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곳은 철화분청사기의 산지다. 1993년 충남 일대를 비롯한 전국의 도예가들이 철화분청사기의 명맥을 잇기 위해 의기투합하였고, 이곳에 모여 흙을 빚게 된 것이 현재 도예촌의 시초다. 작가들은 <계룡산 철화분청사기 축제>, <한일도예가 초청전시회>, <국제도예전>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계룡산도자예술촌 전경

계룡산도자예술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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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가득한 도예 공방

마을에 가득한 도예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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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공간도 넉넉하다.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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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도자문화관

계룡산도자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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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굽는 거대한 장작가마

도자기를 굽는 거대한 장작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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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혼을 구워낼 장작들

예술의 혼을 구워낼 장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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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촌 작가들의 공동전시관과 판매처 역할이 되는 계룡산도자문화관,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고 도자기체험이 가능한 공방들, 조선시대 전통방식을 그대로 살린 가마까지, 계룡산도예촌 곳곳에는 기이한 볼거리가 넘쳐났다. 제일 눈길을 끈 것은 거대한 가마였다. 서너 개의 봉우리가 솟은 모양이 꼭 무령왕릉을 연상케 한다. 직접 장작을 태워 불 피우는 까다로운 방식이지만, 현재까지 작가들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고대부터 전해오는 방식을 현재까지 고수하는 장인정신에 엄지를 치켜세우지 않을 수 없겠다.

계룡산 도예 장인의 명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계룡산 도예 장인의 명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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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넘어 예술품에 가깝다.

도자기를 넘어 예술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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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잔, 물병, 그릇 등 다양한 종류

물잔, 물병, 그릇 등 다양한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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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도자예술촌 장인들의 작품을 관람, 구매할 수 있다.

계룡산 도자예술촌 장인들의 작품을 관람,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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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돌려 계룡산도자문화관을 찾았다. 건물 외벽에 붙은 철화분청사기의 모습이 시선을 강탈한다. 물고기 그림이 새겨진 어문병이다. 어문병은 2014년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문 당시 충남도가 교황에게 전달한 선물로도 유명하다. 철화분청사기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하는 도예품이라는 방증이다.

도자문화관 내부에서는 계룡산도예촌의 촌장을 역임하고 계신 윤정훈 작가님을 만나 뵐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도예가로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열린 도자기 전시회에 참가하신 분이다. 윤 작가님은 친절하게 안내해주셨고, 덕분에 즐겁고 유익한 관람을 즐길 수 있었다. 그곳에는 화병, 식기, 잔, 필통, 항아리 등 종류도 다양한 도자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비록 도자기에 대한 안목은 깊지 않으나, 작가님의 안내 덕분에 도자기의 깊이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가정에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실용성 좋은 접시들

가정에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실용성 좋은 접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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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광으로 칠한 예쁜 냄비들

무광으로 칠한 예쁜 냄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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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접시는 선물용으로도 제격

고급스러운 접시는 선물용으로도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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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찬장에 옮기고 싶은 접시들

나의 찬장에 옮기고 싶은 접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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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문화관에 방문한 방문객 한 분이 도자기를 구매하고 계셨다. 결혼을 앞둔 딸의 혼수를 준비하기 위함이라고 일러주셨다. 각자 다른 스타일과 멋을 뽐내는 도자기들 앞에 딱 하나를 결정하기는 녹록치 않으신 모양이었다. 이 제각각 다른 아름다움 중 단 하나만 결정해야 한다니……. 행운인가 불행인가!

계룡산 도자예술촌의 대표적 도자기법은 철화기법이다.

계룡산 도자예술촌의 대표적 도자기법은 철화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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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성분을 안료로 하여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 철화기법

철 성분을 안료로 하여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 철화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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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쓸어내린 듯한 방식은 귀얄기법

붓으로 쓸어내린 듯한 방식은 귀얄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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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 외에 백토를 긁어내는 방식은 박지기법

문양 외에 백토를 긁어내는 방식은 박지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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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도예촌에 방문하기 전까지 필자에게 도자기란, 점토를 빚어 구워내고 유약을 바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더 명확히는 모르고 살았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윤정훈 작가님의 친절하고 유익한 설명을 들은 덕분에, 조금이나마 도자기에 관한 지식을 다양하게 알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도예기법이 있었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 ① 철화기법 : 산화철을 포함한 안료로 도자기 면에 문양을 그리는 방식, 계룡산도예촌의 대표기법
  • ② 덤벙기법 : 도자기를 유약 속에 덤벙 담갔다 꺼내는 방식
  • ③ 귀얄기법 : 풀비 같은 굵은 붓으로 도자기면 위에 백토를 바르는 방식
  • ④ 투각기법 : 묘사하는 대상의 윤곽은 남기고, 다른 부분은 파내 구멍 내는 방식
  • ⑤ 박지기법 : 드러낼 문양 이외의 배경을 긁어내고, 그 위에 유약을 바르는 방식
  • ⑥ 인화기법 : 도자기 면에 특정한 모양의 도장을 찍어 무늬를 나타내는 방식
윤정훈 도자공방

윤정훈 도자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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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일도예

여일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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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토방

계룡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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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요

웅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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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도예

이소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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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여도방

소여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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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건축물이 계룡산도예촌의 공방이다. 다채롭고, 아름답다. 현재 이곳에는 13개의 공방이 존재하며, 18명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 대다수의 작가들은 철화분청사기를 빚으며, 이삼평 선생의 장인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명장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공방에서 작품도 감상하고, 직접 도자기도 빚어보자. 계룡산도예촌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다.

계룡토방의 담백하고 포근한 분위기

계룡토방의 담백하고 포근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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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를 이용한 기초작업을 시연해주셨다.

물레를 이용한 기초작업을 시연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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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면서도 날렵한 손놀림

섬세하면서도 날렵한 손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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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행운이었다. 첫 번째 방문한 공방에서 마침 도자기를 빚고 계신 작가님과 마주할 수 있었다. 물레를 올린 옹기토를 주조·성형하는 작가님의 손길은 매우 부드러우면서 감각적이었다. 공방에 계셨던 분들 모두 얼마나 마음씨가 상냥하고, 여유가 넘치시던지……. 문득, “흙을 만지고 사는 사람들은 마음도 흙처럼 부드러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양을 내고 백토를 칠한다.

모양을 내고 백토를 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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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을 망치지 않게 조심조심

모양을 망치지 않게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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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남자의 손놀림

섬세한 남자의 손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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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더하거나, 구워주면 단단한 도자기가 된다.

그림을 더하거나, 구워주면 단단한 도자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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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 위를 돌며 윤곽이 잡힌 점토에 백토를 바르는 작업이다. 청자에 백토를 발라 굽고, 철화를 그려내면, 이것이 곧 철화분청사기가 될 것이었다. 작가님께서는 흙과 잿물에 포함된 철 성분으로 푸른색을 띠면 청자, 순백색 바탕흙에 투명색 유약을 바르면 백자가 되는 것이라고 일러주셨다. 이렇게 칠한 도자기를 한데 모아 가마에 구워내면 단단한 도자기로 탄생하는 것이다.

도예촌 곳곳에 걸린 시화

도예촌 곳곳에 걸린 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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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문화제에서 만났던!

백제문화제에서 만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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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에 깔린 귀여운 길 안내도

발밑에 깔린 귀여운 길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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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촌 곳곳에 걸린 시화 2

도예촌 곳곳에 걸린 시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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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도예촌 야외 곳곳에는 마을의 특색을 살리고, 아기자기함을 더하는 구조물이 다양했다. 거리 곳곳에 걸린 시화에는 멋들어진 시와 알록달록한 그림이 새겨져 마을에 감성을 더했다. 거리의 땅바닥에는 독특한 표지판이 새겨져 귀여운 필체로 방문객들을 안내했다. 10월 백제문화제에서 보았단 계룡산 철화분청사기 이동전시관도 볼 수 있었다. 다시 만난 도자기가 새삼 이렇게 반가울 수 있다니!

귀얄기법을 연상케 하는 공방의 외벽

귀얄기법을 연상케 하는 공방의 외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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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하나도 심혈을 기울인 작가들의 마음이 엿보인다.

벽 하나도 심혈을 기울인 작가들의 마음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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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의 상쾌한 공기 마시며 마을을 걷던 중 발견한 감각적인 익스테리어. 한 공방의 벽면이 왠지 어디선가 본 것만 같았다. 그렇다! 처음에 설명 들었던 귀얄기법이 떠오른 것이다. 풀비로 쓸어낸 듯한 형태. 주워들은 것이 더 무섭다더니 이제 모든 것이 도자기의 기법으로 보이고 있었다. 길거리, 바닥 블록, 건물 외벽 등 곳곳마다 작가들의 섬세함이 묻어나지 않는 곳은 없었다.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진 공방들은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진 공방들은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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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화분청사기가 즐비한 이소도예

철화분청사기가 즐비한 이소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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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도예의 전시물들

이소도예의 전시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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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철화분청사기를 만나볼 수 있다.

역시나 철화분청사기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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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워지길 기다리는 도자기들

구워지길 기다리는 도자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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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말하면 잔소리, 공주의 대표적인 도자기는 뭐다!? 철화분청사기다~! 그곳에 자리한 공방 어디서든 철화분청사기를 접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단지 모양과 용도만 다를 뿐, 철화분청이 가진 따스한 에너지와 예술성은 곳곳에서 발산되고 있었다.

난로를 피워 따뜻한 온기로 맞아주시던 정순자 작가님의 소여도방

난로를 피워 따뜻한 온기로 맞아주시던 정순자 작가님의 소여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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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과 소박함의 조화로움

화려함과 소박함의 조화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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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여 고마워요!

인생이여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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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작가님이 계신 공방에도 다녀왔다. 낯선 이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객인이 춥지는 않을까, 화로에 불을 때주시는 따스함으로 맞아주셨다. 정 작가님의 공방에서는 도자기마다 발산하는 강렬하고 화려함이 돋보였다. 전에 방문했던 공방들의 도자기는 여백도 넓고 담백한 느낌이었던 반면, 이곳의 도자기에는 화려한 그림이 수놓아져 있었고 색채도 강렬했다. 공방마다 가진 각기 다른 감각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체험장에 숲은 고양이를 찾아라!

체험장에 숲은 고양이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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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다옹~!

여기 있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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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전날 만들어졌다는 체험인들의 작품들

방문 전날 만들어졌다는 체험인들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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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체험장 한편에 자리한 대형가마

야외체험장 한편에 자리한 대형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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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작업장도 만나볼 수 있었다. 천장 위로 뚫고 나간 굴뚝과 가마를 보니, 어린 시절 학교에서 쓰던 난로가 생각났다. 추운 이 계절, 불 지핀 가마는 얼마나 따뜻할까. 실내 작업장에는 따스한 난로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고양이도 있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주 온순하고 착했던 고양이. “빨리 체험하러 오라옹~”

계룡산도예촌의 공방 대부분은 일반인들에게 열려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단체방문이 일반적이지만, 공방에 따라 소수 인원을 위한 체험도 진행하고 있으니 참고하여 보자.

햇볕을 머금은 도자기들이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햇볕을 머금은 도자기들이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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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주된 것은 철화분청사기

역시나 주된 것은 철화분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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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도 특유의 광채를 발산하고, 빛을 받으면 더욱 찬란한 위엄을 드러내는 철화분청사기. 학, 연꽃, 산수, 구름 등 각각의 도자기에 새겨진 그림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물고기의 그림, 즉 ‘어화’다. 공주 철화분청사기 위에 새겨진 어화는 누치라는 물고기로, 계룡산 깊은 계곡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독자분들께서 앞으로 어화가 새겨진 철화분청사기를 볼 날이 있다면, “이것은 공주에서 만들어진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면 십중팔구 맞을 것이다.

단아하고 소박함이 엿보이는 윤정훈 촌장님의 작품들

단아하고 소박함이 엿보이는 윤정훈 촌장님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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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분위기의 계룡산도예촌

고즈넉한 분위기의 계룡산도예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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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도예공방

윤정훈 도예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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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이 아름다운 계룡산이 내다보이고, 맑은 공기가 감도는 곳. 500년 전통의 명맥을 잇는 철화분청사기를 빚어내는 계룡산도예촌. 가족, 친구, 연인과 방문하여 함께 도자기를 빚어도 즐겁고, 소중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구매하기도 더없이 좋은 이곳으로 떠나보자. 조선시대부터 빚어진 오랜 전통이 현재에 전해져 우리의 온 식탁과 찬장 위에 오를 때까지, 공주의 멋진 철화분청사기는 이곳에서 여러분을 기다릴 것이다.

 
공주시 계룡산도자예술촌
  •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도예촌길 71-12 (우)32625
  • 문의 : 041)857-7331
계룡산자연사박물관

계룡산자연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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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 카페촌

동학사 카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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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 카페촌

동학사 카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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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도예촌 인근에는 가볼 만한 곳이 아주 많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는 계룡산자연박물관을 추천하고 싶다. 공룡, 지구, 생태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전시된 곳으로써 남녀노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한다면 동학사 카페촌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요즘 SNS에서 화젯거리인 카페들이 즐비하는 곳으로서, 따뜻한 커피 한잔에 몸을 녹이고, 예쁜 사진을 담으며 감성 젖은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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