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고통

작성자 | 이점희 시민기자
작성일 | 2015-06-30
조회수 | 3904




식물의 세계에도 인간군상의 축소판처럼 저마다 사연이 있는가 보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제법 굵은 소나무 숲에 다다르면 우리나라 전역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상흔 하나가 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와 같이 애국가에도 등장할 만큼 수 만년 우리 민족과 함께 세월을 지켜온 친숙하고 정감 있는 소나무에게 아팠던 흔적들이 역사를 대신하고 있다.

v자 형으로 패인 상처가 꼭 살아있는 나무에 장승의 얼굴을 새긴 듯, 흠집 낸 상흔은 일제 말기(1943∼1945) 松炭油(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억새와 풀까지도 군용 마초로 베어 공출하게 하고, 소나무를 마구잡이로 벌채해 가고, 그것도 모자라 소나무에 삼각모양의 홈을 파서 송진을 긁어 비행기 연료로 썼다고 한다.

반세기를 넘어 70년의 시차에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고통 받는 소나무는 성장을 더디게 하며, 자라고는 있지만 솔잎 흑파리 등에 더 쉽게 감염되어 고사되기도 한단다.

인간에 이어 자연에게도 이렇듯 혹독했던 시절이 있었지!

아∼ 서글픈 바람소리 지금도 소나무가지 사이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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