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른을 죄인으로 만든 나라!

작성자 | 조동수 (전 신월초등학교교장)
작성일 | 2015-05-26 01:39:26
조회수 | 6738




진도 팽목항에는 29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벌써 25일을 넘게 흰 국화를 들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오늘만은 돌아와라외치고 있다.

어떤 엄마는 얘야! 엄마하고 어서 집에 가 밥 먹자라고 냉혹한 바다에 대고 외쳐댄다. 어버이 날인 8일 오전 팽목항 선착장에서 한 60대 실종자 가족은 카네이션 대신 하얀 국화를 들고 수평선만 바라보다 국화를 바다로 던졌다.

소리 없는 눈물만 흘리던 그는 어버이날인데 오늘만큼은 꼭 돌아와 달라고 애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아이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다 대책본부를 찾아 절규에 가까운 애원을 토했다. “못 알아봐도 좋습니다. 안아볼 수 있게만 해주세요. 빨리 수색해 내 새끼를 돌려달란 말입니다.” 누가 착하디착한 부모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가. 천사 같은 아이들을 떼거지로 죽이는 이 나라가 과연 나라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부론(1776)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불행을 당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일치하는 것을 볼 때 가장 위안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과연 이 나라의 지도자들은 눈곱만한 슬픔의 눈물이라도 흘려 보았는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피해자와 국민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줄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분노와 슬픔을 이용해 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더욱 좌절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는 참담한 비극 한가운데 서 있다.

이 나라가 총체적으로 썩어 있다. 개인의 안위를 쫓느라 공동체에 해악을 끼친 개인과 집단에게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 부류가 다시는 공동체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시스템은 아직 개발연대 수준이다. 더 좋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책임자 매질하다 잊기보다는 새 시스템을 확실하게 정착시키도록 끝까지 지켜보아야 하며 지금은 눈물보다 또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결기가 필요하다. 지금도 사고는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힘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죽어가고 있다.

잘못된 국가의 운영 시스템과 안전교육 부재에 기막혀 하는 우리가 자신의 일상에서는 타인의 안전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이 비극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만 돌리고 내 책임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더욱 참혹한 비극을 막을 수는 없다.

매일 아침 어린 학생들을 위해 교통지도를 한다. 어린 자식들을 떼로 죽여 놓고서도 반성하는 모습, 잘못을 고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어린 자기 자식만을 학교 앞에 내려놓고 빨간 불인데도 지나간다. 규정 속도를 지키며 주행하는 앞차에 경적을 울리고 상향 등을 켜대며 위협한다.

어린 학생들을 보호해 달라는 의미로 영업용 택시와 버스 기사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건만 인사도 받아 주지 않고 신호를 위반하고 질주를 해댄다.

교통지도를 하기 전에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매일 청소를 한다. 그런데 매일 담배꽁초를 버리고 학교 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버린다. 아이들이 어른에게 인사를 해도 정성과 사랑으로 받아 주지 않는다.

어른들이 일상생활에서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를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은 어른들이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때문이다. 내 자식의 일이라 생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끝까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며 나 자신의 잘못이라고 깊이 반성하고 지금 당장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세월호 후유증은 우리의 예상보다 길고도 클 것이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그들이 더욱 원망스러워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들이 아닌지 스스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부모 주검은 북망(北邙)에 묻고 자식 주검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자식 앞세우는 것보다 더한 삶의 고통은 없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슬픔, 참척(慘慽)이라고 한다.

가정의 달이다. 화사한 봄날 평범한 가족의 나들이 풍경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된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면서 사회의 거대한 불행을 직시하자.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보살피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

공주 시민들이여! 모두가 기본과 원칙을 지켜서 어린 청소년들을 지켜 나가자. 그것만이 바다에 던져진 영혼들이 향기로운 연꽃으로 소생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남겨진 29명의 시신이 부모 품으로 돌아 갈 수 있기를 눈물로 기도해 본다.

조동수 (전 공주신월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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