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

작성자 | 윤여헌 향토사학자
작성일 | 2015-05-26 01:39:26
조회수 | 5127 [kakaostory2]

8.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 1897~1972)

△ 청전 이상범 作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은 1887년 9월 21일 공주군 장기면 석송리 208번지에서 전주 이씨 덕천군파의 후손인 이승원의 3남으로 출생했다.

1888년 부친 이승원이 별세하자 1906년 가족과 함께 서울 돈화문 근처로 이사하였으나 가난 속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14년 계동 보통학교 4학년 과정을 졸업하고 관비(官費)로 운영하는 ‘서화미술회’ 강습소 화과(畵科)에 입학, 심전 안중식과 소림 조석진에게 서화를 배웠다.

△ 청전 이상범 作.

청전은 중국 산수화의 허장성세를 버리고 이 땅의 정겨운 산하를 통해 우리의 보편적 미의식에 호소하는 한국적인 이미지를 정착시켰다. 평평한 야산을 그리기에 알맞은 평원의 구도와 독특한 준법, 몽롱한 분위기로 그는 정선과 장승업 이후 최고의 작가라는 평(평론가 오광수)을 받았다.

이후의 청전의 경력에 대하여는 널리 알려져 있어서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그의 작품의 특징에 대하여 미술평론가의 글을 다음에 소개하기로 한다.

우리나라 山川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박하고 정감어린 풍경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서민들의 모습을 사계절의 변화 속에 담아내어 한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향토적 산수화를 완성하였다.

△ 청전 이상범의 ‘산수묘연’

이때 그가 우리 산야에서 찾아낸 정서는 쓸쓸함과 스산함이며 그가 선택한 소재들은 모두 이러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있다.

야트막하고 펑퍼짐한 야산이나 시골언덕, 지붕이 찌그러진 외딴 초가집, 소슬한 바람에 나부끼는 잡풀들, 그리고 얕게 흐르는 개울물과 나뭇가지.... 우리 주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예사로운 한국 산야의 풍경이다 (‘李花’ 143호, 1997. 5. 1)

미술평론가 이경서 씨는 청전의 ‘설로(雪路)’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삭막한 겨울 산야에 다소곳이 쌓이고 있는 눈을 헤치며 길을 재촉하고 있는 사람과 소, 나뭇잎이 다 떨어져 추위에 떨고 있는 라목(裸木)들이 외롭게만 보인다. 눈이 녹은 양지바른 계곡에는 짙은 묵색(墨色)이 묻어 눈의 하얀색과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웅대한 자연과 비소(卑小)한 인간을 대비시키면서 그 자연 속에서 생을 영위해 가는 인간들의 고독을 조형(造形)으로 시화(詩化)하고 있다. 그 조형시에는 고요한 눈물이 흐르고 아울러 고요한 생의 기쁨이 치솟는다.(한국미술전집 15, 근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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